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도 언젠가 봐야겠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잔잔한 드라마일 것 같아 시작을 안 하고 있다가, 어느 날 유튜브에 뜬 클립을 하나 보고 1회부터 클립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중간 즈음부터는 드라마 전체를 보기 시작.

그런데 뭔가.. 그냥 굉장히 따뜻하다. 전체적인 느낌이 너무나도 따뜻한 드라마다. 유튜브 댓글에도 따뜻하다며, 인생 드라마라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남녀 주인공 모두 어둡고 상처가 있는 과거가 있지만, 서로를 통해 치유가 되는 느낌. 

책방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들, 비유들, 남주가 끄적이는 비공개 글도 다 너무 좋다. 드라마를 보다 어느 순간들에는 <사서함>에서 느꼈던 작가 특유의 감성도 느껴졌다.

다음에 한국에 가면 이 책을 사 오려 했는데, 드라마를 보니 책도 읽고 싶어져서, 그 따뜻한 이야기와 글들을 더 보고 싶어져서 충동적으로 책도 주문했다. 드라마를 봐서 내용을 다 알 텐데도, 금방 싫증을 내는 내가 같은 내용일 소설까지 바로 사게 되다니. 무료 배송비를 위해 몇 권 같이 주문한다는 게 너무 많이 담아버린 것 같긴 하지만…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가서. 눈 호강도 제대로 된다. 처음 드라마에 대해 찾아봤을 때, 남주가 서강준 배우라 잘생긴 남주라며 좋아했는데, 여주를 맡은 박민영 배우가 또 진짜 이쁘게 나온다. 원래 이쁘지만, 계속 감탄을 하며 보게 될 정도로.

혜천시

드라마의 대부분은 ‘혜천시’라는 작은 마을에서 이뤄진다. 누가 선을 봤다 하면 몇 시간 내로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알게 되는, ‘옆집 수저 개수도 안다’는 말 그대로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는 그런 동네이다. 옛날에는 다들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찾아보기가 힘든 광경이 아닌가 싶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이웃 간의 ‘정’이 느껴져 좋으면서도 시대의 흐름,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좋은 점도 많겠지만, 개인주의가 많아진 요즘 세상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일단 나부터도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저 정도로 모든 걸 알고 있다면 참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어느 한쪽이 옳다거나 더 좋다거나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그냥 시대가 변하는 것일 뿐. 

 

의사 요한  

나의 가장 최애 배우 둘 중 한명인 지성 배우님. 새 드라마가 나오면 당연히 기대되고 좋은데, 막상 방영 중일 때 챙겨보지 않고 다 끝나고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본 경우도 종종 있다. 약간 무거운 느낌의 드라마일 경우 그렇다. 그런 드라마를 볼 마음의 준비? 가 안되어서일까. 

그런데 막상 시작하면 바로 정주행을 해버린다. 로열패밀리, 비밀, 피고인 등이 그랬다. 그리고 배우님의 가장 최근 출연작인 의사 요한 또한 봐야지 봐야지 하다 최근에서야 보게 됐다. 

읽어보니 ‘안락사’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라 돼 있어서, 뭔가 가볍게 생각 없이 볼 드라마가 아니다 싶어 미뤄둔 것 같다. 

드라마를 보니 마냥 어둡고 무거운 그런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런데 확실히 무언가 생각을 하게 한다. 안락사, 그리고 삶 그 자체에 대해서도. 드라마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각자의 사연을 알고 나면 모두의 입장이 다 이해가 가는 듯한 느낌. 

확실히 무엇이 옳고 그르다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문제 같다.

사실 나는 짧고 굵게를 더 원하는 편이다. 물론 굳이 짧을 필요는 없지만.. 고통 속에서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하며 겨우 명줄만 이어간다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그 고통의 정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며, 조금만 힘들어도 끝을 생각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 같고. 음, 여하튼 참 어려운 문제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소설 취향이 매우 뚜렷해서 계속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이런 책만 끌려 다른 장르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어느 날 문득 따뜻한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작년에 한국에서 잔뜩 사 와놓고 아직 읽지 못하고 쌓아둔 책들을 살펴보다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라디오 작가 공진솔과 피디 이건의 사랑 이야기와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들.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속도도 느린 내가 새벽 5시까지 책을 놓지 못하며 이틀 만에 완독을 해버렸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찌릿한 기분도 느껴보고, 읽으면서 같이 가슴 아파하고, 그리고 뭔가 ‘옛날 감성’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것도 참 좋았다. 

다른 소설도 있나 작가를 검색하기까지 이르렀다. 찾아보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라고 올해 초에 동명의 드라마로도 방영이 된 소설이 있던데, 다음에 한국에 가면 사 와야겠다.